6월 초 어깨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생활을 잠깐 했었는데요. 요즘 병실에는 개인 TV가 있더라고요. 그 TV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영화가 몇 편 있었는데 유일하게 안 본 영화가 바로 땐뽀걸즈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다큐멘터리 장르의 영화가 흥행하는 게 쉽지는 않죠. 그래서 땐뽀걸즈 역시 누적관객은 1만 명을 채우지 못한 7,089명이지만 다음 영화 평점은 9.0에 이나 다른 리뷰를 찾아보면 좋은 글이 정말 많은데 이 영화를 직접 본다면 왜 그런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땐뽀걸즈
땐뽀걸즈 (2017) Dance sports Girls
관람일: 2023년 06월 11일
담덕이의 한 줄 평. 보다 보면 보는 사람마다 각자의 의미로 빠져들게 되는 영화.
성적은 '9등급'이지만, '땐'스 스'뽀'츠는 잘하고 싶다!
구조조정이 시작된 조선소에 취업을 준비하는 거제여상 학생들. 그곳에 다른 꿈을 꾸는 소녀들이 있다.
완뚜쓰리뽀 앤 완뚜쓰리뽀! 열여덟 소녀들의 '땐뽀'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거제, 여자상업고등학교 다큐멘터리 이 문구를 보시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여기에 댄스 스포츠가 추가됩니다. 거제여상의 댄스스포츠 동아리 학생들의 이야기가 바로 땐뽀걸즈인데요. 저는 처음에 여상 학생들이 댄스 스포츠로 꿈을 키워 나가는 성장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고 별생각 없이 보기 시작했는데요. 물론 제가 생각한 내용들도 당연히 있지만 제가 영화를 보면서 흥미롭게 보게 되는 점은 이 댄스 스포츠 동아리, "땐뽀" 동아리를 담당하는 이규호 선생님과 학생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빠가 보는 이규호 선생님
이규호 선생님은 거제여상의 선생님이자 땐뽀 동아리의 담당 선생님입니다. 영화 내용만을 보면 땐뽀 동아리를 담당하면서 개인적인 것들을 많이 포기하면서 지내시는 거 같더라고요. 그런데 그 이유가 뭐 대단한 게 아닙니다. 그저 학교를 안 나오던 아이가 땐뽀를 하기 위해 학교를 나오게 되고 학교에서 땐뽀를 하면서 웃을 때가 있다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정말 학생들을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생님의 모습이 보이는 거죠.
그런데 제가 흥미롭게 봤다고 해야 할까요? 유독 집중하면서 보게 되는 점들은 이규호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대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숙취로 학교와 땐뽀 연습까지 빠지는 학생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다른 선생님이라면 어떤 조치를 취할까요?
이규호 선생님은 그 학생이 술을 마시는 이유를 듣고 그 학생의 상황을 이해하고 도와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면서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말을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리고 숙취 해소제를 무심한 듯 챙겨줍니다.
만약 제가 어릴 때 이 영화를 본다면 삶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직업으로서의 뭔가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그로 인해 내 삶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성장 스토리로만 봤을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런데 아빠로서 땐뽀걸즈를 보면서는 이규호 선생님의 아이들을 대하는 방법, 소통하는 방법을 그로 인해 아이들이 선생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아~ 내가 아이들을 너무 엄하게 하는 게 아닌가? 내가 아는 것, 경험한 것만을 가르치려고만 하는 거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이해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땐뽀걸즈의 다양한 이야기
물론 거제여상의 학생들은 전국 상업경진대회 동아리 경연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면서 영화를 보기 전에 생각했던 대로 학생들의 성장 스토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의 뻔한 스토리 전개도 보이고요. 그런데 땐뽀걸즈는 그 뻔한 스토리가 만들어진 게 아닌 정말 학생들과 선생님이 해낸 결과물이라는 거죠. 그래서 클리셰라는 단어를 쓰는 건 저는 맞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이 영화는 2017년 4월 "KBS 스페셜'로 방송된 땐뽀걸즈의 이야기가 영화로 제작이 되었고 그 이후 KBS 아침마당에 학생들과 선생님이 출연하고 그 이후에는 땐뽀걸즈 드라마도 만들어진 거 같아요. 그만큼 영화 땐뽀걸즈의 이야기가 많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겠죠? 드라마는 보지 못했지만 청춘 성장물의 분위기를 가진 거 같던데 저는 그 점 말고도 여러 관점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얘기한 이규호 선생님이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나 방식뿐 아니라 어려운 경제상황에 아이들을 두고 타지로 돈을 벌러 가는 아버지의 이야기, 집을 나와 힘들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이야기 등 화려하지 않은 주목받지 못하는 개인의 삶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