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요즘 새우가 괜찮은 것 같다고 사다가 구워 먹자고 해서 오랜만에 의왕시에 방문했다가 오랜만에 안양 농수산물 도매시장을 다녀왔다. 몇 년 전부터 시장에 손님이 없다는 뉴스는 끊이지 않고 종종 나오는 기사다. 폭염 때문에, 주차 때문에 등 여러 가지 이유가 거론되고 시장의 장점이라고 언급되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함께 정과 덤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놈의 정과 덤이라는 걸 느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모든 상인들이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우리 부부는 사실 시장 갈 때마다 '바가지를 씌우면 어떡하지?', '속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하고 간다. 그런데 이번에 아주 제대로 열 받게 하는 상인을 만났다.
아내가 가격을 물어보자 빠른 답변이 돌아온다. "냉동은 얼마고 생물은 얼마, 살아있는 건 얼마다." 1kg 가격이냐고 물어보고 그렇다고 해서 그럼 2kg을 달라고 했는데 어라! 스티로폼 상자에 있는 새우 2박스를 바가지에 담더니 무게를 재지도 않고 우리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지고 들어간다. 아내가 안을 보려고 했지만 잘 보이지는 않고 위 사진처럼 포장해서 가지고 나오고 카드를 가져가서 계산을 끝낸다.
아내는 뭔가 찜찜했는지 직접 저울에 무게를 재자 2kg이 되지 않는 무게.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새우를 가지고 이동을 하길래 "왜? 2kg 안 되는데 그냥 가?"라고 묻자 "별로 차이도 안 나서"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아내는 남에게는 싫은 소리를 잘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내가 물어봐 줘?"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봉투를 받아 들고 가게 사장인지 직원인지 보란 듯이 저울에 무게를 재자 "이건 무게로 파는 게 아니고 아침에 경매받아 온 상자를 그대로 파는 거예요"라는 묻지도 않은 말을 옆에서 하는 상인의 말! "뭔 소리를 하는 거예요? 아까는 1kg 가격이라고 해 놓고 갑자기?"라고 말하자 옆에 새우 머리가 시커먼 냉동 새우를 몇 개 집어 들며 "그럼 이걸로 채워줄게요."라는 내 생각으로는 어이없는 제안을 한다. 순간 열이 확 올라왔다. 그런데 그 순간 아내가 먼저 내 팔을 잡고 끌어 그 자리를 떠나 오게 됐는데 어느 경매장에서 경매할 때 스티로폼 상자 단위로 경매를 하고 설령 그 상자 그대로 사 와서 그대로 판다고 당당히 얘기하면서 손님한테 줄 때는 상자 위에서 새우를 걷어 담아 주냐?
아직도 잘 모르게 보이거나 어려 보이면 속이려고 드는 장사치들이 있으니 젊은 사람들이 시장을 안 가게 되는 걸 모르는 건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상인들이 먼저 뭔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아직도 옛날처럼 뭘 모르는 손님 같으면 속이려고 하는 장사 하면서 "손님이 안 와요.", "대형 마트들 때문에 힘들어요.", "나라에서 도와줘야죠" 이러면 누가 공감을 해주겠냐?
그렇게 무게 속여가면서 몇 마리 빼돌리고 그 빼돌린 거로 한 상자 채워 팔면 어이구 떼돈 벌겠다. 에잉 난 안 간다.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