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정기 휴가 기간 아이들은 학교 가고 아내는 출근하고 휴가라고 딱히 할 일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휴가 마지막 날 오후에 정말 오랜만에 혼자서 영화를 보러 다녀왔었죠. 심박수 챌린지라는 현상을 낳고 있고 12.12 군사 반란에 대한 다양한 영상과 글들이 만들어지게 한 화제의 영화 서울의 봄을요.
서울의 봄 (2023) 12.12: THE DAY
관람일: 2023년 12월 07일
담덕이의 한 줄 평. 빌런보다 아군에게 분노하게 되는 영화.
크리스마스이브이자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새벽 누적 관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다고 하네요. 22일 개봉 후 33일 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인기 요인? 이런 건 다른 영화 관련 많이 아는 분들이 쓸 수 있는 내용인 거 같고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서 서울의 봄을 보고 느낀 점에 대해서만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시간 21분의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신군부 전두관의 신군구 보안사령관 세력에 맞서 서울을 지키려는 수도 경비 사령관 이태신 장군의 긴박한 9시간을 그려낸 영화인데요. 전두광이 누구인지는 알아도 전 이태신의 실제 인물이 누구인지는 이번에 영화를 보기 전후로 자료를 찾아보고서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너무나 아는 게 적었다는 걸 알게 되었고 또 실제 12.12 군사 반란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번 기회에 더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요. 전두환에 대한 영화는 서울의 봄이 처음은 아니죠. 제가 알기로는 2012년 강풀 웹툰 원작 영화 "26"년이 있습니다.
국내 최초 제작두레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영화이고 저도 당시 투자자로 참여했었던 영화인데요. 영화 '26'년에서는 12.12 군사 반란의 주체가 아닌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이 일어난 그날, 학살의 주범으로 이름도 말하지 못하고 '그 사람'이라고만 표현했는데 '서울의 봄'에서는 전두광이라는 이름으로 조금은 더 적극적인 표현으로 빌런을 표현했는데요.
'26년'에서는 빌런인 '그 사람'에 대한 분노로 영화를 봤다면 '서울의 봄'에서는 빌런인 '전두광'보다 저는 오히려 극 중 국방장관인 오국상, 육국참모차장인 민성배 등의 아군(?)에 분노하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어떻게 저런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한 나라의 국방장관, 육군참모차장이 될 수 있는 건지 어떻게 한 나라의 쿠데타가 이렇게 쉽게 성공할 수 있게 된 건지 영화를 보면서 어이가 없었고 더 분노(?)를 하게 된 거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는 서울에 탱크 부대가 진입하고 특수부대원들의 총격신 같은 제가 좋아하는 액션 장면이나 긴박한 연출 장면보다는 너무나 허무하게 반란군에 의해 장악당하는 그 과정이 선명하게 기억나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되고 또 한 번 분노하게 되었는데 우리나라는 왜 이런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일제강점기 친일파 청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서 21세기에도 여전히 이에 대한 많은 문제들이 남아 있는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쿠데타를 일으킨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 역시 제대로 이루지 못해서 또 하나의 논란을 만들어 가고 있는 건지 이런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죠.
"과거의 잘잘못은 따지지 말고 이제 힘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자." 이 말은 적어도 과거에 잘못한 그들이 쓰면 안 되는 말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잘잘못은 따질 필요도 없이 그 누구도 납득 가능하게 상벌이 이루어져야 하고 그 후에는 '또' 따질 필요가 없이 힘을 모아 미래로 나아가자는 말이어야 하지 상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채 가해자와 피해자를 싸잡아서 앞으로 힘을 합치자는 말은 정말 잔인한 말이죠. 이미 늦었다고 하면 정말 늦는 겁니다.
영화 리뷰에 정작 영화 내용과는 관계없는 다른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는데 이 영화는 그냥 직접 보시고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하셔야 되는 내용이라는 생각이고 영화 '서울의 봄'은 단순이 영화 흥행의 성공만이 아닌 영화를 본 많은 국민들에게 역사적 사실에 눈을 뜨게 했다는 것이 더 큰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빌런보다 무능하고 책임감 없는 아군에게 더 분노하게 되는 영화, 여전히 그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에게 책임 지지 못하는 대한민국에게 실망하게 되는 영화, '서울의 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