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캠핑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방송이나 유튜브를 보면 마치 모든 국민들이 다 캠핑을 좋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처럼 싫어하는 분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저도 캠핑장 같은 곳에서 고기 구워 먹는 건 좋아합니다. 단지 몇 년에 한 번 갈까 말까 한 캠핑장비 사는 것도 그렇고 그 비용에 가서 텐트 치고 해체하고 번거롭잖아요. 그 돈이면 그냥 분위기 좋은 펜션에서 쉬다 올 수 있는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우리 부부와는 다르게 아이들은 캠핑을 가고 싶어 하더라고요. 큰아이는 덜한데 작은아이는 친구들이 캠핑 다녀왔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다 보니 호기심이 생기나 봅니다. 그래서 어릴 때 1박 2일로 글램핑장도 다녀왔었고 캠핑 느낌을 느낄 수 있는 풍사니랑도 다녀왔었죠.
137그릴
방문일: 2023년 12월 23일
위치: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통삼로 282-40 1층 (우) 17118
그리고 1년 전 이맘때 크리스마스를 앞둔 2023년 12월 23일 137그릴이라는 곳에 다녀왔었습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에 위치한 곳인데 정말 그냥 시골길, 차 없이는 가기 힘들고 137그릴이 아니라면 굳이 찾아갈 일 없을 거 같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요.
식재료와 간식거리를 구매할 수 있는 매점 옆으로 여러 개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137그릴은 100% 예약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방문 전 예약은 필수입니다.
우리가 배정받은 텐트는 10호 텐트인데요. 밖에 고기를 구울 수 있는 그릴이 준비되어 있고 텐트 안에는 별도의 가스버너와 간단한 반찬(?)들이 준비되어 있는데요. 텐트 이용료를 내면 텐트와 함께 숯, 그릴, 매점 내 셀프바(상추, 깻잎, 고추, 마늘, 김치, 쌈장)와 생수, 일회용품 및 소스, 반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 그럼 텐트 확인 끝났고 그릴에 불도 붙였으니 여길 찾은 목적인 바비큐를 즐겨야죠. 바로 매점으로 가서 바비큐 재료를 구매합니다.
짐작하셨겠지만 137그릴에 외부 음식은 반입이 불가합니다. 매점에서 모든 고기와 재료를 구매해야 하는데요. 텐트 이용료가 조금 저렴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고기 가격이 조금 있는 편입니다. 뭐 이런 건 예상한 거라서 그냥 아이들과 편하게 바비큐 즐기고 간다 생각하고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이때는 금액 얼마 이상 구매 시 룰렛 이벤트도 있었는데요. 상품이 정확하게 기억 안 나는 거 보니까 대단한 건 아니었던 게 당첨되었던 거 같네요. 일단 꽝은 아니었습니다. 꽝이었으면 오히려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을 거예요. ㅋ
자~ 그럼 본격적으로 고기를 구워 봐야죠. 역시 고기는 야외에서 그리고 숯으로 구워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파는 고기 상태는 괜찮습니다. 가격만 비싸고 퀄리티도 별로면 욕했을 텐데 그렇지 않아서 좋았어요. 불이 세니까 빠르게 돌려가며 익혀 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구우면서 또 바로 집어 먹는 게 이게 또 별미죠. 하지만 아무래도 밖에서 식사를 하기에는 날씨가 너무 춥습니다. 고기를 어느 정도 다 굽고 텐트 안에 들어가서 먹기로 했어요.
매점에서 가져온 귀한 탄산음료는 시원하게 먹기 위해 아이들이 눈에 묻어 두었는데 잊지 않고 챙겨서 텐트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바비큐를 즐길 시간입니다. 상추에 장아찌까지 알차게 챙겨서 쌈 싸 먹는 거 제가 알고 있는 캠핑의 매력은 사실 이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텐트 다 챙겨서 가지고 가서 텐트 치고 난 후에 잠깐 즐기는 이 기쁨 전 그냥 이런 바비큐장이나 글램핑장에서 즐기겠습니다. 전 이걸로 만족하거든요. 😄
가격이 무거웠던 고기가 사라지는 건 너무 가볍습니다. 하지만 고기만으로 배가 찰 리 없는 우리 가족을 위해 이번에는 볶음밥을 만들어 봅니다. 남은 고기를 조금 더 잘게 자르고 데워 온 즉석밥을 넣고 약간의 감칠맛을 위해 쌈장과 고추장을 적절하게 넣어 준 후 불은 가장 세게 하고 빠르게 볶아줬습니다. 그리고 육개장 사발면과 함께 2차 식사 시작~
텐트 밖이 추워서 들어온 건데 텐트 안에서 가스버너로 볶음밥까지 만들고 뜨거운 물로 라면까지 먹으니까 이제는 또 더운 거 같습니다. 그래서 텐트 창문(?)을 말아서 올려줬더니 보이는 눈 덮인 논뷰가 또 감성이 괜찮습니다.
이렇게 숯불에 구운 고기랑 볶음밥 컵라면까지 다 먹고 잠시 쉬고 있는데 사장님이 텐트마다 하나씩 나눠주신 스틱 왕 비눗방울로 아이들은 또 신나게 밖에서 비눗방울 만들며 뛰어놀았습니다. 우리 아이들 뿐 아니라 다른 텐트에 있는 어른들도 추억이 방울방울 떠오르신 걸까요? 다들 텐트 밖으로 나와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답니다.
그렇게 잠깐 뛰어놀고 난 후 또 간식 시간입니다. 아내가 마시멜로까지 알차게 챙겨 왔습니다. 마시멜로를 꼬챙이에 끼워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숯 위에 돌려가며 구워서 마시멜로 한 봉지도 순삭 했답니다.
정말 맛있게 먹고 먹고 또 먹고 주변 돌아다니면서 산책도 하고 잠시 불멍이라는 것도 해 보던 중 해가 지며 하늘이 어둑해질 때쯤 위에 걸쳐놓은 전구에 불이 들어오더니 낮과는 또 다른 분위기로 변하는 137그릴입니다. 크~ 이 맛에 캠핑을 다니는 걸까요? 이런 분위기를 만들려고 캠핑 다니는 분들이 전등도 사고 불멍 도구도 사고 그러는 거구나 싶긴 한데 너무 좋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부부는 캠핑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고 그냥 이런 137그릴 같은 곳 찾아다니면 되겠다 싶던데요. 우리 부부처럼 캠핑은 별로지만 그 분위기만 즐기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강력 추천할 수 있는 137그릴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