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아침.
폭설과 한파, 강풍이 칠 거라는 기상 예보를 듣고 불안한 마음으로 출근길에 나섭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출근길.
버스, 지하철, 버스, 버스 환승에 환승을 하고 또 해야 하는 출근입니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탈 때까지만 해도 기상 예보와는 다르게 평온한 아침 출근길.
그렇게 지하철의 목적지까지 도착하고 지하철 문이 열리는 순간.
하늘에서는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어요.
눈이 내리기 전에는 살짝 걱정도 됐지만 막상 눈 내리는 상황이 되니 살짝 설렘은 느낍니다.
음악 앱을 실행하고 눈 오는 날 어울리는 노래를 재생시키고 무선 이어폰으로 음악과 함께 눈 오는 아침을 즐겨 봅니다.
가산디지털단지역 버스 정류장에서 내가 탈 버스를 기다립니다.
평소에는 지루하게 버스만 기다리던 이곳에서 겨울 노래와 함께 사진도 찍으면서 버스 기다리는 걸 즐기고 있네요.
이곳에서 버스 정류장만 따지면 10 정거장이 되지 않지만 목적지까지 한 번에 가는 버스가 없어서 두 정거장 이동 후 또 다른 버스로 갈아탑니다.
또 다른 버스를 갈아타기 위해 내린 곳에서도 빛그림을 그려 봅니다.
내가 탈 버스는 아직 보이지 않네요.
아내에게 출근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냈더니 "구로 스멜"이라는 답장이 옵니다.
확실히 구로만의 분위기가 있긴 한 거 같아요.
구로 스멜을 없애보고자 다른 구도로 빛그림을 하나 더 그려봅니다.
하지만 그 느낌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 하는 거 같아요.
이러고 있는 사이 내가 탈 버스가 도착했습니다.
평소에는 바깥 풍경을 보는 일도 거의 없고 늘 폰 속의 화면이나 이북리더기만 보는 일이 많은데 이날은 자꾸 창 밖을 보게 되네요.
사실 이 눈이 쌓이고 얼면 퇴근 때 고생을 하겠다는 생각도 살짝 합니다.
하지만 지금 걱정한다고 제가 눈이 어는 걸 막을 수는 없으니 그냥 지금 상황을 즐겨보기로 합니다.
어떤 이에게는 하얀 쓰레기일 수도 있고 어떤 이에게는 하얀 장난감 또 어떤 이에게는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무언가가 될 수도 있는 눈이 내리는 출근길.
저는 오랜만에 기분 좋은 출근길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