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잘 다녔던 산책. 그리고 또 한동안 안 다니다가 지난 12일에 산책을 다녀왔었어요.
이때 아이들은 안 가겠다고 해서 진짜 오랜만에 아내랑 둘 만 나갔다 온 거 같아요.
9월의 풍경과는 너무 다르죠.
눈이 없다 뿐이지 겨울의 황량함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런 풍경이 나쁘지는 않더라고요.
푸르른 하늘에 갈색 땅. 그 넓은 중간에는 날아다니는 오리 떼가 많이 보이고요.
아직 주인이 붙여 준 이름은 모르는 시골 개 흰둥이. 진짜 이름은 아직 모르지만 우리 가족이 붙여 준 이름인 흰둥이에 반응을 잘하는 순한 녀석이랍니다. 작년에 첫 출산도 했었죠. 늘 여기를 갈 때면 아내가 먹을 거 하나라도 챙겨다 주는데 이날은 삶은 고구마를 가져다줬어요.
저는 오랜만에 봐서 그런지 처음에 낯을 좀 가리나 싶더니 맛있게 고구마 다 먹고 나서는 저한테도 거리낌 없이 애교 부리고 아내한테는 저렇게 다 맡기도 이쁨 받는 녀석이죠.
정말 순딩한 표정이죠? 작은 개가 아닌데 사람들한테 짖는 거 한 번도 못 봤어요. 오히려 못된 애들한테 괴롭힘 당하는 거 아내랑 작은아들이 산책 갔다가 뭐라고 하고 아이들 쫓아냈다는 이야기만 들었죠. 묶여 있어서 도망도 못가고 당하고 있었다던데... 모든 사람이 다 동물을 좋아할 수는 없지만 괴롭히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ㅡㅡ;
여기 시골길을 산책하다보면 제일 많이 보이는 게 바로 이 오리들이랍니다. 진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녀석들은 경계심이 심해요.
아예 멀리 도망가는 것도 아니고 딱 자기들이 정한 거리만큼만 피한답니다. 스마트폰밖에 없어서 가까이에서 사진을 좀 찍으려고 다가갔는데 진짜 어느 정도 거리 안으로 들어오면 딱 그만큼을 피해서 거리를 유지하고 조금 빨리 다가가면 그냥 날아가 버려요.
그렇게 크게 돌아서 오는 길. 돌벽 위로 사람들이 조금씩 쌓아 놓은 돌탑도 보이네요. 누가 여기서 간절한 바람을 가지고 소원을 빌 거 같지는 않지만 우리 아이들도 여기 돌탑에 몇 개 보탬을 했었죠. 경기도 수도권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시골에 사니 이런 운치가 있답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