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역마다 땡땡땡 길이라는 이름으로 핫플레이스가 많이 생기는 거 같아요. 요즘이라는 단어는 안 맞는 거 같기도 하네요. 사실 꽤 오래됐죠. 아무튼 수원에도 그런 길이 있어요. 바로 행리단길인데요. 지난달에 다녀왔는데 행리단길에서 먹은 행궁만두만 포스팅을 하고 행리단길 이야기는 포스팅을 안 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포스트는 행리단길 다녀온 이야기를 해 볼게요.
행궁광장 주차장이 있지만 주차를 기다리는 차량이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팔달구청에 주차를 하고 조금 걸었습니다. 팔달구청에서 화성행궁광장 쪽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수원천.
저기 보이시나요? 건너편에 왼쪽 방향으로 쭉 서 있는 차들, 저 차들이 전부 행궁 주차장 진입을 기다리는 차량들이랍니다. 행리단길을 찾아오는 사람들 진짜 많네요.
어찌어찌 오긴 왔는데 사실 여기가 행궁동이라는 거랑 행궁 광장이라는 건 알지만 행리단길이 어디서부터 시작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행리단길이니까 행궁동 근처 골목이겠지?'라는 생각으로 즉흥적으로 찾은 곳이라서요.
그냥 한 방향으로 죽 걷다 보니 느낌 있는 거리가 나타납니다. 그냥 여기가 행리단길이라는 느낌이 있네요. 자료를 찾아보니 행리단길은 특별한 표식이 있거나 인위적으로 조성한 길이 아니라서 행리단길을 소개하는 자료마다 범위가 조금씩 다르다고 합니다. 그냥 화성행궁광장을 중심으로 좌우 어느 쪽이든 걸으시면 될 거 같아요.
길을 걷다 보니 뭔지 모르겠지만 문화재 느낌이 나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옆에 있는 안내판을 살펴보니 하마비라고 적혀 있어요.
하마비 이 비 앞으로 지나갈 때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의미의 표석으로서 주로 궁궐, 향교 또는 유명한 성인들의 사당 앞에 세워 경의를 표하였다. 수원에는 화성행궁, 화령전, 수원향교, 지지대비 앞에 하마비가 있다.
그럼 저 앞에 있는 건물은 사당이라는 뜻이겠죠?
1963년 1월 21일에 사적 제115호로 지정된 화령전입니다. 화령전은 정조의 초상화를 모신 건물이라고 해요.
화령전 정조 승하 이듬해인 1801년(순조원년)에 세워졌는데, 한 분의 임금을 위해 별도의 영전을 짓는 것은 조선시대에도 흔한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지방도시에 세우는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화령전은 신도시 화성을 만들고 성곽을 축조한 정조의 뜻을 받든 예외적인 건축물이다. 화령전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은 정조의 초상화를 모시는 운한각이다. 만약 운한각을 수리하거나 잠시 어진을 옮겨야 할 때를 대비하여 만든 건물이 이안청이다. 운한각과 이안청을 복도각으로 연결되어 있다. 화령전은 정전, 이안청, 복도각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영전 건축물로서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현재 운학각에 모셔진 정조의 초상화는 1989년에 다시 그린 표준영정이다. 진본은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어진을 부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소실되었다고 전한다. 수원시는 2004년 화령전 전사청과 향대청을 복원하였고, 2016년에는 운한각 건축물을 보호하는 주렴을 복원하였다. 화성행궁 2단계 복원공사와 더불어 화령전의 외곽 담장도 제 모습을 되찾을 계획이다.
이렇게 공사 중인 담장에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화령전은 이렇게 문 앞에서만 볼 수 있고 안에는 들어갈 수는 없었어요.
화령전을 지나 목적 없이 행리단길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돌아다닙니다. 이때 아내랑 둘만 다녀온 건에 이런 번화가(?) 나들이는 너무 오랜만이라 그냥 사람 구경하고 골목 구경하는 거 자체만으로 재미있었어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이자 작가, 시인, 조각가, 여성운동가, 사회운동가, 언론인인 나혜석 골목이 여기 있어요. 생가가 있는 건 아니고 말 그대로 터만 남아 있다고 하네요. 전에는 나혜석 생가터 골목전이라는 제목으로 벽화전도 했던 거 같은데 저는 위 사진 속 하나의 벽화만 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만나게 된 반가운 먹거리, 국화빵입니다. 한국 전통 간식거리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추억의 간식거리가 맞긴 하죠. 요즘 국화빵 만나기 힘들었는데 여기 있네요. 파시는 사장님이 귀가 잘 안들 리시는 거 같으니 눈을 마주치고 나서 주문을 해 주세요.
그럼 이렇게 맛있는 국화빵을 받을 수 있답니다. 2,000원에 8개의 국화빵을 들고 다시 걷기 시작합니다. 오랜만에 먹어서인지 원래 맛이 있는 건지 맛있었어요.
아! 그리고 특이한 게 여기 행리단길에는 진짜 점집이 많더라고요. 이때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지나쳤는데 검색을 해보니 원래 행궁이 있었던 곳이고 풍수지리적으로 기가 세다는 이유로 역술관과 철학관이 이곳의 대부분을 차지했었다고 하네요. 그러다 1996년 화성행궁 복원 사업이 진행되면서 변화가 일어났고 지금의 행리단길까지 오게 되었대요.
왔던 길로 돌아서 점심을 먹기 위해 우리 부부는 하우드를 찾아갑니다. 하우드는 아내의 오랜 맛집인데요. 거리가 꽤 있긴 하지만 걸으면서 구경하는 재미가 좋아서 그냥 걸어서 다녀오기로 했어요.
가는 길에는 이렇게 벽에 수원 화성과 수원시의 옛 모습이 사진 또는 그림으로 벽에 전시가 되어 있는데요. 아내가 수원 사람이라서 그런지 좋아하더라고요. 사진과 그림을 구경하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정조로에서 화성행궁광장을 바라봤을 때 기준으로 왼쪽 방향입니다. 오른쪽 방향을 한 바퀴 돌고 이제 왼쪽 방향으로 온 건데요. 여기도 느낌 있네요.
걸어 다니면서 봤던 안내판에 보니까 여기가 공방거리라고 하던데 그렇게 크지 않은 규모의 공방들이 모여 있긴 했어요. 그런데 제가 발견한 건 다 해서 5개 정도, 공방거리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있었지만 다양한 소품들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공방거리를 지나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하우드, 그런데 문이 닫혀 있어요.
아~ 완전 실망, 무슨 안내문도 없이 그냥 닫혀 있습니다. 임시 휴업인지 고정 휴일인지 전혀 알 수도 없네요. 에휴~ 뭐 다른 방법이 없죠. 일단 돌아가기로 합니다. 가다 보면 뭐라도 있겠죠?
그렇게 다시 사람 구경, 건물 구경, 골목 구경을 하면서 화성행궁광장으로 돌아갑니다. 배가 살짝 고프긴 했는데 그래도 재미있게 돌아다녔어요.
그렇게 돌아가는 길에 만난 행궁만두, 쫄면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쫄면을 맛있게 먹었었죠. 자세한 리뷰는 이미 포스팅한 "행리단길에서 만난 뜻밖의 맛집. 행궁만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행궁만두에서 밥을 먹고 이제는 슬슬 돌아가야 합니다. 친구랑 놀러 나간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 올 시간이거든요. 화성행궁광장에서 자전거도 타고 스케이트 보드, 롱보드를 타는 사람들, 연을 날리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내와는 나중에 한 번 더 오기로 하면서 집에서 저녁을 기다릴 아이들을 위해 행리단길 나들이를 마무리했어요. 그런데 아직 재방문은 못하고 있네요. 뭐 조만간 한 번 더 갈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