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크리스마스는 1998년에 개봉한 한석규, 심은하 주연의 멜로 영화입니다. 딱히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대단한 영화죠. 물론 저보다 젊은 분들은 잘 모르는 영화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상업영화 최초로 15년 만(2013년)에 재개봉까지 했었던 영화입니다.
여러 번 봤던 영화인데 얼마 전 다시 찾아보게 되었는데요. 아내가 2월에 군산 여행을 위해 서해금빛열차를 예약했었거든요. 그래서 3월에 가족 당일 여행으로 군산을 다녀오면서 그렇게 가 보고 싶었던 초원 사진관을 구경하고 왔는데 초원 사진관을 보니까 8월의 크리스마스를 다시 보고 싶어 졌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 (1998) Christmas in August
관람일: 2023년 03월 20일
담덕이의 한 줄 평.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해 준 "당신들"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변두리 사진관에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노총각 ‘정원’. 시한부 인생을 받아들이고 가족, 친구들과 담담한 이별을 준비하던 어느 날, 주차단속요원 '다림'을 만나게 되고 차츰 평온했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아저씨, 왜 나만 보면 웃어요?" 밝고 씩씩하지만 무료한 일상에 지쳐가던 스무 살 주차단속요원 '다림'. 단속차량 사진의 필름을 맡기기 위해 드나들던 사진관의 주인 '정원'에게 어느새 특별한 감정을 갖게 되는데...
8월의 크리스마스는 빠르고 시원스러운 전개, 화려하거나 스케일이 큰 영상이 주를 이루고 인기가 있는 요즘과는 어울리지 않는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느리고 서정적이고 큰 사건사고가 없는 어떻게 보면 정말 재미없는 이야기거든요.
이야기 대부분은 주인공 정원이 일하는 초원 사진관 주변에서 이루어집니다. 죽음을 앞둔 정원은 담담하게 일상을 보내며 주변을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죠. 그런 정원에게 주차단속을 하는 다림이 나타나면서 정원은 잠시나마 일상의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알려진 8월의 크리스마스지만 사랑하면 떠오르는 흔한 장면은 없습니다. 다림은 정원과 팔짱을 끼고 같은 우산을 쓰는 것도 쑥스럽지만 어느 순간부터 둘은 서로를 보는 것 만으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결국 정원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정원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다림은 처음에는 걱정을 그리고 나중에는 분노를 느끼게 되죠.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가 추억으로 그친다는 걸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 준 당신께 고맙단 말을 남깁니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초원 사진관을 찾은 다림은 사진관에 걸린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뒤돌아 떠나면서 정원의 내레이션과 함께 영화는 끝이 나죠.
정원과 다림의 사랑이 이뤄지지 않아서 더 아름답고 좋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 거 같던데 전 위 내레이션에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이 문장과 다림의 행복한 미소를 보면 이보다 완전한 사랑의 결말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추억은 '오래 전의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것'이잖아요. 하지만 정원에게 다림과의 사랑은 추억이 되질 않았죠. 이 말은 정원에게는 아직도 다림은 사랑이라는 거고 다림의 미소는 정원이 자기를 잊지 않았다는 걸 알고 행복을 느끼는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즉, 두 사람의 사랑은 추억이 아닌 현재. 계속 진행 중이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영화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023년에 봐도 너무나 좋은 영화라는 건 많은 분들이 공감할 거 같은 8월의 크리스마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