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명동, 을지로는 되게 가깝네요. 요즘 충무로로 출퇴근하면서 이전에는 안 가봤던 다양한 노포들을 많이 다녀보고 있는데요. 이번 포스트에서는 점심 메뉴가 아닌 저녁 메뉴를 소개해 드릴게요.
점심이나 저녁이나 큰 차이는 없지만 간단하게 술 한잔하면서 밥을 먹었거든요.
황평집
방문일: 2020년 11월 12일
위치: 서울 중구 마른내로 74 (우) 04558
작은 골목길로 한참을 걸어서 도착한 황평집은 문이 열리질 않았어요. 안에 손님들은 있고 음식 나르는 직원분도 계신데 문을 열려고 애쓰는 우리를 쳐다도 안 봐주더라고요. ㅜㅜ 그래서 "여긴 어떻게 들어가는 거지? 옆쪽으로 문이 있는 걸까?"라고 고민을 하면 건물을 돌아갔더니
큰길 쪽에 있는 문이 출입문이더라고요. ㅡㅡ; 그냥 큰길로 바로 왔으면 되는 걸 길 상태도 안 좋은 골목길로 한참을 걸어왔었네요. 여기 황평집은 이웃 블로거인 zaezin 님이 댓글로 알려주신 곳이랍니다.
여기는 닭무침이 맛있다고 하셨는데 닭무침 가격이 점심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술안주로 먹기 위해서 저녁에 탐방원들과 함께 방문했어요.
열리지 않는 문에서 들여본 것과는 다르게 정문으로 들어온 실내는 꽤 크네요. 가게를 확장한 거 같은데 입식과 좌식 합해서 꽤 많은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술만 먹을 건 아니고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 거라서 닭곰탕(6,000원) 3개랑 닭무침(20,000원) 하나를 주문했어요. 술은 소주랑 맥주 하나씩. 전 맥주 먹을 거라서요. ^^;
주문하고 나온 황평집 반찬들. 음식점의 맛을 미리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반찬을 먹어보는 거죠. 물론 요즘 이런 반찬을 직접 다 만드는 곳이 많지는 않겠지만 사서 내놓는 반찬이라도 신경을 쓰는 곳과 안 쓰는 곳은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제 기준에서 황평집은 반찬도 맛있었어요.
주문한 음식이 다 나왔습니다. 닭곰탕이랑 닭무침! 진짜 아무런 요리의 기교(?)가 보이지 않는 옛날 느낌의 닭곰탕이네요. 딱 보기에도 양은 엄청 많아요.
절 여기까지 오게 한 닭무침입니다. 예상한 것과 비슷한 맛일까요? 닭무침이라고 해서 '골뱅이무침처럼 새콤 매콤한 양념에 골뱅이 대신 닭고기를 무친 거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왔거든요.
딱 보기에 20,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 닭고기가 너무 적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막상 먹어보니 닭고기가 엄청 많네요. 전 저 닭무침에 양배추 같은 채소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채소가 거의 없습니다. 큼직하게 썰은 배, 사과, 오이를 제외하고는 전부 닭고기예요. 쭉쭉 찢은 닭 가슴살을 양념에 무친 진짜 닭무침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음식입니다.
그리고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던 맛있는 메뉴가 있었으니 바로 이 닭곰탕. 6,000원이라는 가격에 진짜 양도 많고 맛있습니다.
이건 완벽한 직장인 점심 메뉴가 될 음식입니다. 이보다 가성비 좋을 닭곰탕이 있을까 싶네요. 국물도 너무 맛있고 닭고기도 진짜 많이 들었어요.
황평집의 주력 메뉴는 닭곰탕이 아닐까 싶어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제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 봤는데요.
1970년대 겨울의 어느 날. 서울 충무로. 하루 일과를 마친 근로자들이 퇴근하면서 찾은 황평집에서 단골손님들이 닭곰탕으로 허기를 채우면서 술을 하면서 주인에게 "거~ 매일 먹는 거 말고 술 안줏거리 하나 만들어주쇼!" 하니까 사장님이 즉석에서 골뱅이무침을 떠 올리며 만든 닭무침을 내어 놓는다. "이게 뭐야? 골뱅이도 아니고 닭고기네"라고 툴툴대면서 먹기 시작한 손님들은 의외로 괜찮은 맛에 재주문을 했고 이 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황평집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닭무침이 됐다더라.
라는 생각을 해 봤네요. ㅋㅋㅋ
닭무침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되는 맛. 하지만 생각보다 푸짐하게 들은 닭고기 양이 만족스럽고 딱 술 안줏거리로 좋고요. 닭곰탕은 가성비 최강의 식사 메뉴입니다.
누가 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닭곰탕 3대 노포를 남대문 강원집, 을지로 호반집, 충무로 황평집이라고 하네요. 강원집, 호반집은 못 가봤지만 황평집의 닭곰탕은 정말 추천할 만한 메뉴인 거 같아요.
다른 손님들도 보니까 대부분 닭곰탕 기본에 닭무침을 시켜서 반주를 즐기시던데 저도 이 조합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