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다가 폭우가 내렸던 그날. 3월에 이미 예약을 해 놨던 관람 티켓을 가지고 하루 종일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을 하다가 결국 다녀왔어요.
경복궁은 지나다니면서 보기는 많이 했지만 들어가 본 기억은 없어요. 그런데 아내가 야간 개장을 한다고 보러 가자고 해서 예매할 때만 해도 코로나 19 상황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에 예매를 했었죠. 그런데 상황이 좋아지지도 않고 날씨도 영 찜찜해서 갈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취소 가능 시간인 15:30이 지나서 그냥 다녀오기로 결정했고 입장시간에 깔끔하게 맞춰서 도착을 했어요.
경복궁의 첫인상은 거대한 고층 건물 사이에 이런 전통 궁궐이 있다는 거 하나만으로도 확실히 뭔가 신기한 느낌이 있어요.
비가 와서 표를 받으러 가는 길도 표를 내고 들어가는 길도 빗물이 고여있는 곳이 많고 진흙길 상태라서 오랜만에 야외로 나와서 에너지가 충만해 있는 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녀야 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합니다.
티켓에 있는 QR코드를 인식기에 대고 한 명씩 입장을 했어요. 여전히 비는 보슬보슬 내리는 상황. 차라리 많이 내리면 그냥 포기하고 갈 텐데 그래도 다닐 수 있는 수준이라 오랜만의 나들이에 신난 아이들을 위해 강행합니다. 아이들이 비가 와도 여기저기 신나 하면서 구경을 하더라고요. 특히 여기는 무한도전에도 나오고 영상으로도 많이 접했던 곳. 어도[각주:1]를 중심으로 좌우로 무관과 문관이 서 있는 품계석[각주:2]을 구경하며 예전 같으면 걷지 못했을 그 어도를 걸어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중앙에서 줄을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데 저는 평소에도 줄이 길다 싶으면 그냥 패스하는 편인데 이날은 비까지 오는데 줄 서 있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옆으로 이동을 했더니 이렇게 측면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또 있네요. 경복궁을 이렇게 보니까 TV에서 보던 장면들이 많이 떠오르네요. 저기 왕이 딱 앉아 있고 앞에 신하들이 줄 서서 "전하~ 아니되옵니다." 이러던 곳이잖아요. 아이들한테도 설명해 줬더니 아하!
여긴 안으로 더 들어오니까 보이는 곳. 옆에 안내판을 보니 사정전 일원이라고 적혀 있어요.
왕이 고위직 신하들과 더불어 일상 업무를 보던 곳으로, 아침의 조정회의, 업무보고, 국가정책 토론 등 각종 회의가 매일같이 열렸다. 1867년 다시 지어진 사정전은 공식 업무공간으로 마루만 깔려 있지만, 좌우의 만춘전과 천추전은 비공식 업무공간으로서 온돌방을 두어 왕과 신하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사정전 앞의 행각에 천지현황 등 천자문 순서로 이름을 붙인 창고가 있는데 이곳에는 왕실의 물품들을 저장하였다.
위 설명에 의하면 여기가 바로 왕이 신하들과 토론을 했던 곳이겠죠? 그러니까 뿌리 깊은 나무에서 세종대왕님이 신하들과 훈민정음 반포에 대해 격한 토론을 했던 곳?
여긴 유명하다는 경회루[각주:3]. 입장 티켓에도 바로 이 경회루가 인쇄되어 있어요. 조선 시대에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마다 연회를 베풀던 누각이라던데 데 지금 봐도 주변 경치가 너무 좋네요. 저기 딱 앉아서 산해진미와 전통주 마시면서 구경하면 너무 좋을 거 같긴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역시 돈 있고 힘이 있어야 이런 좋을 걸 즐길 수 있는 건데 말이죠. 이런 문화유산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하는 저는 속세에 너무 찌들어 있나 봐요.
경회루를 끼고 우측으로 죽 돌아볼 수 있을 줄 알고 걸었는데 이런 저 끝이 막혀 있네요. 지나갈 수 없게 바리케이드를 쳐 놨어요.
야간개장이라서 경복궁 전체가 열려 있지 않고 구경할 수 있는 곳을 제한해 놨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렇게 경회루 측면에 세워져 있는 배만 보고 다시 돌아갑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곳을 따라 걷다 보니 Art Shop이라는 가게가 보입니다. 카페네요. 보슬보슬 내리는 비가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날씨에 약 한 시간 동안 구경을 다녔더니 지치네요. 이럴 때는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해 줘야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저만 들어가서 주문을 했어요. 제가 마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과 아내가 마실 오미자차 그리고 아이들은 청포도 에이드를 주문했어요.
음료가 나오는 동안 카페 한쪽에 있는 경복궁 기념품들을 구경했는데요. 여러 가지 예상되는 품목들 중에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어요.
바로 도깨비 문양이 새겨진 마스크. 이미 한 번 이슈가 크게 됐었다고 하더라고요. 전 이 날 처음 알았는데 아~ 왠지 멋있어 보이고 저런 마스크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구매는 나중을 기약하며 나온 음료를 가지고 철수.
음료를 마시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나니 비가 올 기미가 점점 더 강해집니다. 그래서 이번 경복궁 나들이는 여기서 끝내기로 하고 나가면서 조명이 멋지게 들어온 건물 사진을 마지막으로 촬영하면서 철수했어요.
경복궁 야간개장은 1년에 두 번. 상반기, 하반기로 나뉘어서 한다는데요. 상반기는 끝났고 하반기에는 한 번씩 다녀오시는 건 어떨까요? 그때는 비 안 오고 좋은 날씨이길 바라면서 담덕이 가족의 경복궁 가족 나들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