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직장인 점심 메뉴 탐방은 조금 아니 많이 독특한 곳입니다. 그동안 점심 먹으러 돌아다니면서 여기가 장사를 하고 있는 분식집이라는 걸 알게 된 건 지난주였어요. 제가 6월에 충정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6개월 만에 인지를 한 거죠.
그냥 보기에는 떡볶이 집인 줄도 몰랐고 장사를 안 하는 줄 알았거든요.
철길떡볶이
방문일: 2021년 11월 23일
위치: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35-6 (우) 03737
여기가 바로 충정로의 노포 분식집인 철길 떡볶이입니다. 가게 외관이 독특하지 않나요? 건물 우측에 2대째 내려온 철길 떡볶이 간판이 이제야 잘 보입니다. 그동안은 저기 있는 간판이 왜 안 보였던 걸까요?
첫 방문을 하면 당황하시는 분이 계실 거 같아요. 제가 그랬거든요. 일단 사장님이 친절하지는 않습니다. 손님이 들어가도 인사도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일단 자리를 잡고 주변을 둘러보니 실내 분위기가 묘합니다. 예스럽기도 하고 정리가 안 되어 있는 듯한데 또 나름 정리가 되어 있는 느낌도 들고 주방은 완전 개방.
메뉴는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벽에 붙어 있는 종이가 몇 개 보이는데 이걸 봐야 합니다. 자~ 메뉴는 뭔지 알았는데 주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수량은 개수로 적어주세요."라고 적혀 있는데 어디에다 적어야 할까요? 종이도 펜도 보이질 않아요. 결국 사장님께 물어보기 위해 주방으로 향하는데 아하! 여기에 종이와 펜이 놓여 있습니다. 종이하고 펜을 들고 자리에 와서 메뉴를 적고 사장님께 전달하는 것으로 주문 완료.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 라면 3개 김밥 2줄 야끼(튀김) 2인분
이렇게 주문을 했어요.
그런데 다른 테이블을 보니 어라! 어묵이 있네요. 다시 사장님에게 가서 어묵 3개를 추가합니다. 어묵은 바로 가져가라고 하시네요. 어묵 3개를 옆에 있는 그릇에 담고 국물을 직접 담아서 가지고 옵니다. 때맞춰 준비된 김밥 두 줄도 함께 가지고 왔어요.
김밥은 꼬마김밥이었군요. 두 줄을 시킨 건데 양이 ㅋㅋ 어쩐지 김밥이 너무 저렴하다 생각하긴 했어요. 한 줄에 1,200원
꼬치어묵은 뭐 그냥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먹던 그 맛입니다. 특별함은 없지만 차가워진 몸을 녹여주는 겨울철 먹는 그 어묵 맛 아시죠? 그 맛이에요. 어묵은 1개 700원. 3개 2,000원.
순대는 솔직히 조금 실망이었어요. 순대 하면 푸짐하게 나오는 내장이 필수 아닌가요? 그런데 내장이 전혀 없는 오로지 순대만 나오더라고요. 가격은 3,000원.
그리고 나온 라면 3개. 아! 이 모든 음식은 손님이 직접 가지고 와야 합니다. 홀 직원이 따로 없이 사장님 혼자서 영업을 하고 계세요.
그런데 이 라면은 뭘까요? 신라면이나 진라면은 절대 아니고 뭔지 모르겠는데 맛은 있더라고요. 무슨 라면인지 물어볼 걸 그랬어요. 라면 양이 많은 건 아닌 거 같고 혹시 삼양라면? 라면 가격은 3,000원.
마지막으로 나온 음식은 떡볶이와 야끼만두. 떡볶이 역시 요즘 화려한 그 떡볶이와는 전혀 다른 저 어릴 때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에 학교 앞 포장마차에서 한 접시 50원 100원에 먹을 수 있던 그냥 그 떡볶이 느낌이네요. 그릇만 다르고 그릇에 비닐을 씌워 그 위에 담겨 나오는 방식은 예전 그대로. 거기에 야끼만두를 떡볶이 소스에 버무려 먹던 옛날 떡볶이입니다. 떡은 부드러운데 야끼만두는 조금 딱딱하더라고요. 이건 조금 아쉬웠어요.
떡볶이 1인 분에 야끼만두 6개 포함해서 가격은 6,000원.
어묵은 이미 먹고 없어졌고 분식 뷔페 같은 느낌의 점심이었습니다. 라면에 떡볶이, 순대, 김밥, 어묵 그리고 야끼만두는 토핑으로.
맛 자체로만 따지면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고 서비스도 음~ 그런데 철길 떡볶이만의 매력은 있는 곳. 요즘 보기 힘든 예전 추억을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은 가볼 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철길 떡볶이 었습니다. 생각보다 손님은 꽤 있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