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집에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저 혼자 본 영화인데 소지섭, 김지원 씨 주연의 2014년 영화 좋은 날이었어요.
좋은 날 (2014) One Sunny Day
관람일: 2020년 10월 30일
담덕이의 한 줄 평. 재미없는 행복을 아는 분에게 강력 추천하는 영화.
제주도에서 우연히 함께하게 된 지갑이 없는 남자와 전화기가 없는 여자가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
남자 : 끝이 나야 박수를 받는 사랑을 했었다. 너도 그렇게 울 거면 그냥 나랑 같이 있자. 붙잡아도 봤지만 그녀는 탁자 위에 목걸이를 올려놓고 정말로 가버렸다. 마음껏 말할 수 없었던 사랑이었기 때문이었을까, 남자의 주머니에는 그 목걸이와 아직도 놓아주지 못한 마음이 무겁게 남아있다. 하지만 남자가 살고 있는 세상은 이별을 했다고 해서 일주일씩 울고 있을 수는 곳이 아니다. 공연을 기획하고 감독하는 일을 하는 남자는 제주도에서의 페스티벌 진행을 위해 출장을 떠난다.
여자 : 출판사 에디터로 중국어권 독자들을 위한 한국의 가이드북을 만든다. 개정판을 준비하기 위한 제주도 출장, 막 내린 제주 공항 앞에서 한 남자를 보게 됐다. 네 살짜리 꼬마와 그 아이의 엄마에게 꼼짝없이 당하고도 한마디 화도 못 내고 자기 머리만 벅벅 긁는 남자, 훤칠한 외모도 그렇지만 민망해하고 머쓱해하는 그 표정이 마음에 들어서 어쩐지 혼자 막 웃음이 났다. 아무도 모르게 남자를 대신해 작고 귀여운 복수까지 해 줬다. 어쩐지 기분 좋은 출장이 될 것 같아. 하지만 그날 밤 여자는 핸드폰을 도둑맞는다. 아닌가, 내 예감이 틀렸었나, 이번 출장은 내내 험난하게 흘러갈까? 그런데 도난 신고를 하러 간 경찰서에서 공항에서 본 그 남자를 다시 만난다. 지갑을 잃어버려 거지가 되어 있는 남자. 두 사람은 경찰서에 소개해준 장미 민박에서 묵게 된다.
배경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제주도에서 지갑을 도둑맞은 남자와 휴대폰을 도둑맞은 여자가 돈과 전화기를 빌려주면서 같이 다니게 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서로의 상처를 위로하며 가까워지는 결말이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이자 영화라서 가능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런 뻔하고 현실성이 부족한 이야기를 아름다운 제주도 풍경 속에서 담백하고 진솔하게 풀어내면서 자극적이고 큰 스케일의 요즘 영화에 질린 휴식 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남자 김지호(소지섭)와 여자 김지호(김지원)가 나누는 마지막 대화가 이 영화가 만들어진 이유인 거 같아요.
남자: "나는 재미없는 거 좋아해요. 내가 보고 싶은 드라마는 어떤 남자와 어떤 여자가 만나서 싸우지도 않고 오해도 안 하고 아프지도 않고 그렇게 하루하루 행복하게 사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