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늦잠을 자는 저를 아내가 급하게 깨우더라고요.
"오빠 만년필 필요해? 하나 사줄까?"
"무슨 만년필?"
"3,300원에 1+1이래"
"만년필이? 그럼 하나 사줘"
"주문한다"
대충 이런 대화를 주고받은 기억이네요.
뭐 아무튼 그렇게 구매한 만년필이 지난주에 도착했습니다.
택배가 올 때까지도 무슨 만년필인지도 모르고 있었네요.
오늘도 씩씩이가 개봉기를 도와줄 거에요.
"씩씩아 상자 뜯어보자"
1+1 핫딜이라고 해서 구매한 만년필의 정체는 모나미의 올리카 만년필이에요.
모나미에서 만년필을 판다고 알고는 있었는데 제가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1+1 핫딜이라고 하지만 가격이 어마 무시하게 싼 건 아니더라고요.
정가는 3,000원이지만 인터넷 가격으로는 개당 1,500원대에 구매가 가능해요.
하지만 인터넷 구매 시 배송비 2,500원이 붙는데 핫딜에는 배송비가 무료라서 살 만했던 것 같네요.
초저가 만년필이라는 닉네임이 붙은 만큼 케이스나 볼펜 본체에서 고급스러움이 느껴지지는 않아요.
하긴 정가 3,000원이면 볼펜과 비슷한 가격이죠?
이 가격에 만년필을 쓸 수 있다는 게 만년필을 잘 모르는 저한테는 신기하기만 하네요. ^^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의 구성품은 만년필 본품과 총 3개의 카트리지가 들어 있어요.
아쉽게도 컨버터는 들어 있지 않더라고요.
저는 처음 써보는 파란색 잉크로 선택했어요.
잠결에 제가 색상을 파란색으로 주문해 달라고 했는데 그 색상이 잉크 색상인지는 몰랐네요. ^^;
그립의 고무 색상이 잉크 색상과 동일하게 판매되더라고요.
컨버터는 다른 표준(?) 제품과 호환이 된다고는 하는데 일단 카트리지가 3개나 있으니
저는 꽤 오래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초점이 안맞아서 잘 안보이는데 펜촉의 굵기는 EF에요.
만년필의 펜촉은 굵기에 따라
EF -> F -> M -> B -> BB -> OM-> OB -> OBB
위와 같이 구분이 되는데 대부분은 EF나 F를 많이 쓰시는 것 같더라고요.
제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파커 소네트가 F, 최근에 구매한 자바 매트릭스가 EF에요.
그런데 이게 같은 EF 펜촉이라고 해도 브랜드마다, 사용하는 잉크에 따라 또 길들이기에 따라 굵기가 달라져서
직접 써보고 선택하는게 가장 좋다고는 하더라고요.
카트리지를 결합한 모습입니다.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서 투명한 몸통의 만년필을 선호한다는 내용의 포스트를 본 적이 있어요.
다양한 색상의 잉크를 채워서 잉크의 색이 겉에서 보이는 게 너무 이뻐서 여러 종류의 잉크를 사용한다고 하셨는데
그 말이 이해가 가더라고요.
모나미 올리카 만년필도 그립부를 제외하고 전부 투명한 플라스틱 재질이라 카트리지의 잉크 색이 보이는데
요게 빛에 따라서 파란색이 이쁘게 보이긴 하더라고요. ^^
모나미의 올리카 만년필 필기감은 EF닙으로 너무 얇아서 그런지 약간 사각 거리는 느낌이 있긴 한데
또 이 사각 거리는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있으니 필기감에 대한 평은 넘어가고
3,000원 이하의 가격으로 만년필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카트리지만 있으니 사용 편의성에서는 볼펜하고 큰 차이가 없죠. 가격적으로도 그렇고
만년필을 써 보고는 싶은데 가격이 부담스럽거나 잉크 관리하고 충전이 불편해서 멀리하셨던 분들이라면
볼펜 대용으로 가볍게 써보기에 좋을 것 같아요.
만년필의 느낌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물론 저는 만년필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요. ^^